인도에는 5억 5천만 명의 게이머가 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젊고, 늘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는 세대죠. 그리고 이제 인도는 자신만의 IP를 만들 준비를 마쳤습니다. GDAI 프로그램 디렉터 마차이아 칼렌가다(Machaiah Kalengada)가 인도 게임 개발 현장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인도는 오랫동안 글로벌 게임 산업의 '백오피스'였습니다. 애니메이션, QA, 해외 기업의 외주 개발. 실력은 여기서 쌓였습니다. 지금 업계 최고로 꼽히는 아트·애니메이션 인재들 상당수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게임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늘 다른 나라의 것이었죠.
이 판도가 지금,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시장
인도 게이머, 지금 5억 5천만 명입니다. 이 중 1억 7,500만 명은 이미 결제를 하고 있습니다. 인앱 결제든 구독이든, 형태는 다양하죠. 게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게임 유저층입니다. BITKRAFT Ventures와 Redseer Strategy Consultants 보고서를 보면 인도의 중위 연령은 29세, 게이머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익숙했던 세대. 데이터 요금까지 세계에서 손꼽히게 저렴했습니다. 그 결과 게이머 96%가 모바일로 게임을 즐깁니다. PC와 콘솔은 아직 한 걸음 뒤에 있지만,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죠. 소니 India Hero Project는 벌써 78개 스튜디오를 지원 중이고, 크래프톤 인큐베이터에서는 오리지널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 약 15곳이 크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인도: 지금 바뀌고 있는 것
2024~2025 회계연도, 인도 유저들이 설치한 모바일 게임은 80억 건을 넘었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수치죠. (Sensor Tower 보고서)
설치량은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매출은요? 인도 모바일 게임 매출, 아직 4억~4억 100만 달러에 머물러 있습니다. (Statista)
모바일·PC·콘솔을 합친 인도 디지털 게임 시장은 2025년 19억 달러에서 2030년 4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BITKRAFT 보고서)
그럼에도 결제 유저 1인당 연간 매출은 아직 다른 나라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인도는 27달러, 일본은 500달러 이상. 다만 2020년 이후 9배 가까이 뛴 수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인도를 '매출 이전 단계' 시장으로 보는 것, 그러니까 일단 진출만 하면 매출은 언젠가 따라올 거라고 가정하는 것. 이게 제가 가장 자주 보는 실수입니다. 인도에 진출하는 글로벌 스튜디오도, 수익화를 설계 원칙으로 아직 발전시키지 못한 인도 현지 스튜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를 획일적인 글로벌 소비 모델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건 유저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스튜디오입니다."
— 가우리 세스(Gauri Sheth), Senior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APAC / Xsolla
이 조언은 양쪽 다에게 유효합니다. 글로벌 스튜디오, 현지 유저와 안 맞는 가격표를 그대로 들고 올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인도 현지 스튜디오는 직접 결제 도구와 유저 신뢰를 쌓기보다, 광고 매출에 기대는 쪽을 택하곤 하죠.
크래프톤 BGMI를 보시죠. 인도 최고 매출 게임입니다. 2025년 결제 유저, 전년 대비 27% 늘었습니다. 이건 '언젠가 열릴' 시장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제대로 된 게임에 유저들이 돈을 쓰고 있는 시장이라는 얘기죠.
외주 개발에서 오리지날 IP로
다운로드 상위 10개 모바일 게임 중 5개, 인도 퍼블리셔 작품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 5개는 여전히 해외 게임이라는 뜻이죠. 이 격차, 지금의 새로운 스튜디오 세대가 좁혀가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IP로의 전환. 지금 인도 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은 아닙니다. Nazara가 인도 최초의 상장 게임사가 됐고, 2019년 무렵엔 인도 대형 스튜디오 두 곳이 스웨덴 기업 등 해외 자본에 인수됐습니다. 이후 더 많은 글로벌 스튜디오가 인도에 자리 잡았습니다. 외주 때문이 아닙니다. 자기 손익을 걸고 자기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Zynga, 유비소프트, Keywords Studios, 락스타 게임즈, EA. 모두 인도에 상당한 규모의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일부는 여전히 외주 위주지만, 점점 더 많은 곳이 인도에서 글로벌 유저를 겨냥한 오리지널 타이틀을 만들고 있습니다. 락스타 인도 지사, 전 세계 지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죠.
자생적인 성공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디 액션 게임 Raji, 몇 년 전 진짜 히트작이 됐습니다. 최근엔 We Are So Group이라는 인디 타이틀이 출시도 전에 스팀 위시리스트 35만 개를 모았습니다. PC 흥행작이 드물었던 인도 시장에서는 강력한 신호죠.
글로벌 파트너들이 인도를 주목하는 이유
인도가 이 지역의 다른 고성장 시장과 다른 이유는 명확합니다. 규모, 저렴한 모바일 데이터를 가진 젊은 인구, 그리고 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프라. 특히 결제 부문에서요.
인도 결제 인프라, 흥미로운 지점
2024년 인도는 실시간 결제 거래량 기준 전 세계 1위. 글로벌 물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UPI는 2025년 2,280억 건의 거래를 처리했습니다. 전년 대비 32% 증가, 거래액은 2조 7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비자·마스터카드와 견줄 만한 규모입니다.
인도 소비자의 약 85%가 UPI로 결제합니다. 1,000루피 이상 결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Lumikai 보고서)
"저는 운 좋게도 인도 게임 산업의 진화를 맨 앞자리에서 지켜봤습니다. 2004년, 인도에 첫 글로벌 MMORPG를 출시했을 때 인도 전체 게이머 수는 5만 명이 채 안 됐습니다. 2년 뒤, 인도 최초의 자국산 게임 브랜드를 출시했을 땐 단 며칠 만에 유저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성장세, 한 번도 꺾인 적이 없죠.
인도 스튜디오는 더 이상 외주를 위해 개발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를 위해 개발합니다. 인도 스튜디오에게 '유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는 건, 다양한 지역과 결제 수단, 통화, 언어에 걸쳐 유저에게 직접 다가가면서도, 매출은 더 많이 가져가고 유저 데이터는 스튜디오가 직접 소유하는 것을 뜻하죠."
— 프라납 펀지(Pranab Punj), 엑솔라 인도 전략 어드바이저
오리지널 IP: 인도의 다음 승부수
업계의 장기 목표, 단순하지만 야심 찹니다. 2035년까지 인도에 오리지널 IP 스튜디오 5,000곳. 그중 연 매출 1,000만 달러 이상 스튜디오 100곳, 1억 달러 이상 스튜디오 100곳을 만드는 것입니다. 실현되면 인도는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약 5%를 차지하게 됩니다. 인재 육성부터 정책, 커뮤니티까지, 지금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이 이 숫자를 향해 설계되고 있죠.
지금이 인도에 주목할 때인지 고민 중이라면, 답은 간단합니다.
직접 확인해 보세요. 슬라이드 속 숫자는 이야기의 절반일 뿐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게임 잼 현장, 혹은 오는 10월 열리는 India Game Developer Conference에서 느껴지는 인도 개발자들의 열기가 말해줄 겁니다.
인도 게임 산업, 남의 게임 뒤에서 일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이제는 자기 게임을 만듭니다. 그 뒤에는 5억 5천만 명, 젊고 연결되어 있고 점점 더 지갑을 여는 유저들이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인도의 기회, 아직 안 왔다고 생각하셨나요? 이미 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뛰어드는 스튜디오가, 그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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